외국인간 가사소송시 재판관할권 판단 기준에 대해

*데일리시큐 21년 9월 9일 법무법인 에이앤랩 조건명 변호사

이혼소송 등 가사소송에서 원고와 피고의 국적과 주소지가 모두 외국인 경우,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

최근 부부가 모두 외국인이고 주소가 국내에 없더라도, 소송의 주요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우리나라에서 형성되고 재산분할 대상 역시 한국에 있다면, 우리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칙적으로 가사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려면 대한민국이 사건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국제사법 제2조 제1항).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아울러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되, 해당 사건의 법적 성격이나 그 밖의 개별적ㆍ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6다33752 판결 참조).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원고는 피고가 국적국인 캐나다가 아닌 대한민국에 머물면서 원고와 1년 이상 별거하여 원고를 악의로 유기하고 종전 혼인관계와 재산의 사용에 관하여 기망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는 이유로 이혼을 청구함과 함께 그에 따른 재산분할을 청구했고, 원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를 했는데 그 이유로 ‘국제재판관할권 위반’을 주장했다. 피고 주장은 ‘원고와 피고 모두 캐나다 국적이므로 이혼소송은 캐나다 법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 대한민국에 당사자들의 국적이나 주소가 없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내법의 관할 규정에 따른 관할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이혼청구의 주요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대한민국에서 형성됐고, 2) 이혼과 함께 청구된 재산분할사건에서 대한민국에 있는 재산이 재산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첨예하게 다투어지고 있는 사정 등이 있다면, 피고의 예측가능성, 당사자의 권리구제, 해당 쟁점의 심리 편의와 판결의 실효성 차원에서 대한민국과 해당 사안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위 판결은 대한민국에 당사자들의 국적이나 주소가 없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내법의 관할 규정에 따른 관할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일정한 경우 관할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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